철학

인간 인식 한계를 파악하고, 그 너머를 구분하는 비판의 힘, 칸트

지식 전달자 다알 2025. 4. 2. 11:40

 

진짜 너는, 지금 네가 세계를 인식하고 판단하고 선택하는 바로 그 방식 안에 있다. 

 

우리는 천국을 상상하고, 이상적 이데아를 꿈꾼다

 
트 이전에는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현실에 존재하는 것의 근원적인 본체가 따로 있을 것이라 여겼다. 진짜 나는 따로 있고, 현실의 나는 그것의 그림자와 같다는 것이다. 이를 종교적으로 확장하면, 인간은 신의 의도와 형상을 따라 만들어졌으며, 참된 자아는 하나님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본다. 인간이 잘 살기 위해서는 그 참된 자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칸트는 여기에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어떻게 지금의 내가 진짜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을까?
겉으로 보이는 모든 것은 결국 ‘나’라는 주체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기에, 칸트는 인간의 ‘인식’ 자체를 분석하고 파악해보려 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인식 가능성의 조건을 분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묻는다

“인간이 ‘안다’고 할 때, 그것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초월철학과 비판철학, 경계에 서서 주변을 확실하게 확인하는 것.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외적인 방식(경험, 관찰)이나 형이상학적 방식(신, 이데아 등)에 의존해왔다.
칸트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러한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기존의 한계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며, 인식 주체인 인간의 인식 능력 자체를 먼저 검토해
‘무엇이 가능한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작업이 바로 칸트가 평생에 걸쳐 수행한 철학적 프로젝트, ‘비판’이었다.

초월과 비판

칸트는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기 위한 구조와 조건을 분석하기 위해 ‘초월’과 ‘비판’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초월(Transcendental)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선험적(미리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들을 의미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인식할 때, 그 인식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조건들이 바로 초월적 조건이다.
비판(Critique)은 인식 능력 자체에 대한 분석과 검토다.
‘무엇을 알 수 있는가?’를 탐구하면서, 감각, 오성, 이성 등 인식 주체인 인간의 능력을 분석한다.
즉, 어떤 능력의 한계를 분석하고, 그 가능성과 구조를 따지는 작업이다.

이해는 어떻게 가능한가?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 내부에만 머물러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상에서 너무 멀어져도 이해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경계’에 서야 한다.
여기서 경계란, 대상을 대상이 되게 하는 선험적 조건(초월적 조건)을 의미한다.
인식의 주체는 그 대상이 성립할 수 있는 조건들 위에서만 비판할 수 있다.
즉, 이해란 대상의 바깥도 안도 아닌, 그 경계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무엇을 비판했는가?

칸트가 남긴 책들을 통해, 그가 무엇을 탐구했는지 알 수 있다.
그 흐름을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순수이성비판』(1781)

→ 비판의 대상: 주체의 ‘인식’
여기서 칸트는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따지기 위해,
인식 능력 자체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 이성이 어디까지 알 수 있는지, 그 경계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한계를 벗어나는 영역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며, 말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혀낸다.
이것이 칸트가 시도한 첫 번째 철학적 ‘비판’의 핵심이다.

『실천이성비판』(1788)

→ 비판의 대상: 인간의 ‘도덕’
이번에는 인간의 도덕적 판단과 행위 능력,
즉 ‘실천 이성’을 다룬다.
인식이 인간의 보다 기초적인 작용이라면,
도덕은 그 위에서 작동하는 이성의 실천적 차원이다.
칸트는 인간이 어떤 원리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가,
그리고 왜 우리는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하는가를 분석했다.

판단력비판』(1790)

→ 비판의 대상: 인간의 ‘미적 판단과 자연 판단’
세 번째 책에서는 인간의 인식 능력을 자연, 예술, 목적론적 판단으로 확장한다.
칸트는 여기서 “우리는 왜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우리는 자연 속에서 질서와 목적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다룬다.
즉, 인식의 확장을 통한 외부 세계와의 감각적, 직관적 관계를 탐색한 것이다.
 

인간은 상상력의 동물

인간은 끊임없이 인식 너머를 알고 싶어 하는 충동을 지닌 존재다.
이건 본능에 가깝다.
신, 영혼, 죽음 이후의 세계 등,
설명할 수 없고 논리적으로 다룰 수 없는 것들까지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인간에게는 있다.
하지만 칸트는 말한다.
 
비판의 대상이 아니거나, 인식의 한계를 벗어난 것들에 대해서는
공적인 담론이나 학문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왜일까?
그 이유는 분명하다.
검증될 수 없는 말들이 학문이나 공적 담론의 형태로 힘을 갖기 시작할 때,
그것은 곧 인간을 지배하고 억압하며,
맹목적인 믿음과 폭력의 근거로 작동해왔기 때문이다.
 
즉, 칸트는 인간의 상상력에 대해 무조건적인 억제를 하려는 게 아니라,
그 상상력의 사용에는 ‘철학적 윤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참고자료
월말 김어준, 박구용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