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플라즈마에서 지구의 탄생까지
지난 시간에, 10만 분의 1도 차이로 생긴 우주의 밀도 차이가 별과 은하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온도 차이로 인해 곧바로 은하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우주가 은하를 만들어내기까지는 아직 많은 과정을 거쳐야 했다.
10만 분의 1도의 온도 차이로 생긴 밀도의 변화는 먼저 별을 탄생시키기 시작했다.
이제, 그 밀도 변화가 어떤 과정을 거쳐 별을 만들어냈는지 살펴보자.
우주의 초기에서 입자의 생성
구분 | 시기 | 특징 |
복사 지배 우주 | 빅뱅 직후 ~ 약 38만 년 | 광자, 중성미자 등 복사 에너지가 지배, 플라즈마 상태 |
물질 지배 우주 | 5만 5천 년 ~ 약 98억 년 | 일반 물질(전자, 양성자, 암흑물질)이 우주의 주요 에너지 |
암흑에너지 지배 우주 | 약 98억 년 ~ 약 137억 년(현재) | 우주의 팽창을 가속하는 암흑 에너지 지배 |
여기서 말하는 ‘지배’의 의미는, 우주 전체 에너지 밀도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복사 지배 우주의 초고온 상태에서는, 높은 에너지를 띤 광자들이 서로 충돌하며 물질을 만들어내는 현상이 일어났다.
바로 이 쌍 생성(pair production) 작용을 통해 쿼크와 반쿼크 쌍이 생기고, 이들이 결합하여 양성자, 중성자 같은 하드론(강입자)이 생성된다.
이로써 우주는, 빛만 존재하던 상태에서 '빛과 입자들'로 구성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태초의 3분과 별의 탄생
빅뱅이 일어난 직후, 3분간 우주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원소들이 만들어졌다.
구분 | 구성 비율 |
수소 | 약 75% |
헬륨 | 약 25% |
중수소 | 약 0.01% |
이후, 10만 분의 1도 차이로 생긴 밀도 차이에서 비롯된 중력으로 인해 수소가 뭉쳐지기 시작했다.
덩어리가 커질수록 질량도 함께 증가했고, 그 결과 중심부의 온도는 점점 높아졌다.
중심 온도가 상승하면서 양성자의 운동 속도도 증가했고, 이로 인해 양성자들 사이의 거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마침내 그 거리가 원자핵 크기만큼 가까워지자, 전자기적 반발력을 넘어서 강한 핵력이 작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 입자들이 서로 결합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핵융합의 시작이다.
중심 온도가 약 1억 도에 이르면, 이런 핵융합 반응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다.
핵융합은 별의 탄생을 알리는 첫 울음소리와 같다.
이때부터 빛과 열이 방출되며, 별은 비로소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된다.
미행성 합체설: 지구의 탄생
태양은 중력 수축을 하면서 주변의 먼지와 가스 찌꺼기들을 끌어모았고,
그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원반 모양의 테두리가 형성되었다. 이를 황도(ecliptic)라고 한다.
황도는 태양계의 모든 행성들이 공전하는 궤도가 놓인 하나의 평면이다.
이 평면에 퍼져 있던 수많은 먼지들은 서서히 뭉쳐지며 입자 → 소행성체 → 미행성체로 성장해 나간다.
먼지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고 응집하며 점점 크기를 키워가다가,
지름이 약 1,000km에 이르면 '미행성(protoplanet)’이라 부른다.
지구는 이러한 미행성 약 10개 정도가 충돌하고 합쳐지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여러 미행성들이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초기 지구는 표면 전체가 뜨거운 마그마로 뒤덮인 상태였다.
그 마그마는 지구 표면을 부드럽고 유동적인 구 형태로 만들었으며,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둥근 행성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테이아 가설: 달의 탄생
지구가 완전히 식기 전에, 화성 크기의 미행성인 '테이아(Theia)'가 지구와 충돌했다.
다행히도 그 충돌은 정면이 아니라 비스듬히 옆으로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지구는 완전히 파괴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되었다.
충돌의 결과, 테이아의 중심핵에 있던 철은 지구 내부로 흡수되어
오늘날 지구의 핵을 구성하게 되었다.
반면, 양쪽 행성의 표면 물질들은 우주로 튕겨 나갔고,
이 파편들이 중력에 의해 뭉치면서 달(Moon)이 형성되었다.
이 거대한 충돌 사건은 지구에 여러 가지 중요한 변화를 일으켰는데,
특히,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졌고,
자전축은 약 23.5도 기울게 되어,
이로 인해 지구에는 사계절이 생기게 되었다.
참고자료
월말 김어준(2021.02). 전자공학박사 박문호, 『빅뱅부터 뇌과학까지, 그 장구한 빅히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