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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탄생을 보다, 빅뱅 관측과 별의 탄생 조건 확인

과학

by 지식 전달자 다알 2025. 4. 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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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성으로 우주를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게 된 시점은 고작 60년밖에 되지 않았다.

인간이 우주를 알 수 있을까?

 기존의 우주론은 신화의 한 부분이었다. 기독교의 천지창조, 고대 그리스의 우주 알, 인도 신화의 브라흐마의 숨결 등이 대표적이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었기에 인간은 신화적이고 상상적인 우주론을 창조해낸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인식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작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우주론은 더 이상 신화의 영역이 아니다. 우주의 시작에 대한 논리적이고 경험적이며 실증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인간은 ‘우주’의 탄생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우주론은 이제 엄밀한 과학의 영역에 속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작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최초의 우주의 숨결 소리

 1929년,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은 우주 빛의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적색편이(Redshift)를 확인한다. 이를 통해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하면, 우주는 하나의 시작점이 존재하지 않을까? 이 생각을 통해 빅뱅 이론(Big Bang Theory)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빅뱅 이론이 가설에 가까웠고, 관측을 통해 확인되지 못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접어들며 빅뱅 우주론은 큰 변화를 맞이한다. 그것은 우주배경복사(CMB, Cosmic Microwave Background)의 발견이다. 1965년,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통신 연구를 하던 중 전파망원경의 잡음 소스를 정리하다가 모든 방향에서 들어오는 미세한 마이크로파를 발견하게 된다. 이 신호는 빅뱅 이후 우주에 남겨진 잔열이며, 온도는 약 2.7K였다.

 

 지구 대기의 영향을 벗어나 더 정밀한 관측을 하기 위해 NASA는 1989년 COBE 위성(Cosmic Background Explorer)을 통해 우주 환경에서 우주배경복사(CMB)를 정밀하게 측정하고자 했다. 그 결과 확인된 우주배경복사의 평균 온도는 2.725K로 나타났고, 이는 우주 전체에 퍼져 있는 빅뱅의 잔열로서, 빅뱅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기존의 빅뱅 모델에서 예측한 이론과 정확히 일치하는 관측값을 통해 빅뱅 이론은 실증된 이론으로 자리 잡게 된다. COBE가 측정한 CMB 스펙트럼은 막스 플랑크(Max Planck)의 블랙바디 복사 이론에서 예측한 곡선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문제로 제기되기도 했다. COBE의 측정값이 블랙바디 복사 이론과 너무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것은, 우주의 모든 지점이 동일한 온도를 가진다는 뜻이 되고, 그 경우에는 구조 형성이나 진화 같은 물리적 작용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정밀한 측정이 필요해졌고, 2001년 WMAP(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 위성이 발사되었다. 조지 스무트(George Smoot)는 WMAP을 통해 우주배경복사(CMB)에서 약 10만 분의 1에 해당하는 미세한 온도 차이를 발견했고, 이는 현재 은하와 별들이 형성될 수 있는 씨앗이 우주 초기에 심겨졌으며 그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WMAP에서 확인한 10만분의 1도의 차이, 푸른 빛과 붉은 빛은 온도차이를 의미한다. 라스트 스캐터링 서피스(last scattering surface)

최초의 우주 모습

 빅뱅 이후 우주는 엄청나게 뜨거운 고온으로, 밀도가 굉장히 높았다. 당연히 빛, 물질, 에너지가 모두 뒤섞여 있는 플라즈마 상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우주 팽창에 따라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빅뱅 후 약 38만 년 뒤, 빛이 처음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되어 방출된 것이 지금까지 식어서 우주 전체에 남아 있는 우주배경복사(CMB)이다. 그런데 왜 약 38만 년 뒤에야 빛이 움직일 수 있었던 걸까?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빅뱅 직후 우주는 뜨겁고 뿌연, 불투명한 상태였다. 양성자와 전자가 너무 활발해서 빛(광자)이 계속 부딪히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상태를 광자 산란의 시대(photon-baryon plasma)라고 한다. 그러다가 약 38만 년 후, 온도가 약 3000K까지 떨어지면서 양성자와 전자가 결합해 중성 수소가 생기자, 그 틈을 통해 광자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우주의 경계면을 '라스트 스캐터링 서피스(last scattering surface)'라고 하며, 이는 우주가 처음으로 투명해진 순간이다.

왜 10만분의 1도 차이가 필요한가?

 완전히 균일한 상태에서는 우주가 생겨날 수 없다. 초기 우주는 빅뱅 직후 뜨겁고 밀도가 균일한 플라즈마 상태였다. 하지만 별이나 은하와 같은 구조가 생기기 위해서는 밀도 차이가 필요하다. 밀도가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있어야 입자가 모여 뭉쳐질 수 있고, 그래야 중력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온도 차이가 너무 작았다면 중력이 약해 별이 생겨날 수 없었고, 반대로 너무 컸다면 우주는 지금과 같은 안정된 상태일 수 없었을 것이다. 10만 분의 1도라는 미세한 온도 차이는 우주가 생명과 은하를 품을 수 있는 별의 탄생 조건이었다.

 

 


 이번엔 과학의 시작으로 우주의 시작을 이야기했다. 신화와 미신으로 점철되었던 우주를 인간이 이해하고, 또 관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랍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 깊이 감사한다. 더 이상 우주론은 미신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시작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해할 수 있다.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해 나가는 일에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자.

 

 

 

 

 

참고자료

월말 김어준(2021.02). 전자공학박사 박문호, 『빅뱅부터 뇌과학까지, 그 장구한 빅히스토리』